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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결코 우상이 아니야카테고리 없음 2023. 4. 17. 10:57
그 날은 오늘처럼 비가 왔다. 정신 없이 쏟아진 비에도 내 파일럿인 청랑은 그저 멍하니 비를 맞고 있었다. 연과 싸우고 소속사에서 마저 쫓겨난 청랑은 그저 멍해보였다. 그리고 위태로워 보였다. 조금이라도 누군가 흔든다면 무너질 상태처럼 아슬아슬했다
사실 청랑이 꿈꾼 것은 모두와의 행복이었다. 그래 단순하지만 그 어려운걸 바란 청랑은 지금 꿈이 산산히 부서져 유리파편이 되어 멀리 날아가버리고 있었다. 아니 꿈 뿐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람에 대한 신뢰마저 산산조각 나버린 상태었다.
빗 속에서 청랑은 입을 열었다. 내게 한 이야기었으나 나는 잘 듣지 못했다. 빗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청랑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다. 괜찮은게 맞을까 청랑은.
" D, 내가 믿어온 것들은.. 날 믿어준 것들은 우상이었던 건가봐. 난 이제 어쩌면 좋아? 어떻게 해야해? "
청랑의 눈가에서 물이 보였다. 하지만 그게 빗물인지 눈물인지는 알수 없었다. 너무나도 아파하는 청랑에게 나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청조처럼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었으며 연처럼 상냥할 수도 없었다. 난 그저 청랑에 옆에서 있을 뿐이다. 이 아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다고 해도.
하지만 욱신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눈물이 흐르는 이유는? 이윽고 나는 이유를 알아버렸다. 청랑의 또봇인 주제에 그를 그 아이를 위로하지도 못하는 꼴이 청랑을 고통스럽게 하는 사람들과 뭐가 다른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대체 청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건 결코 우상이 아닙니다 청랑, 다시 생각해보시길 권고드립니다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결국 나도 청랑도 비밀만 늘어날 뿐이었다.